『끝없는 이야기』 속 서점을 찾아서
“혹시 이 중고서점에도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뉴욕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중고서점 웨스트사이더 북스(Westsider Books)는 미하엘 엔데의 소설 『끝없는 이야기』 속 ‘코레안더의 서점’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곳이다. 문 앞에 무심하게 놓인 중고책 트롤리는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풍긴다. 트롤리에 이끌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세상의 번잡한 소음은 뭉근하게 잘려 나가고 빛바랜 종이와 오래된 나무 특유의 쿰쿰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
어둠 속에 반쯤 묻힌 길고 좁은 공간, 온갖 크기의 책들로 천장까지 아찔하게 채워진 목재 책장, 높은 칸에 걸쳐진 나무 사다리까지. 소설 속 문장들이 눈앞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쇼윈도에 놓인 뱅커스 램프는 이곳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하고, 작가 이름이 아닌 책 제목 순으로 꽂힌 책들은 어릴 적 보던 정겨운 청계천 중고서점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 세월의 흔적과 주인의 손때가 묻어 있는 책더미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견고한 요새 같다.
원래 이곳은 ‘사진 촬영 금지’가 원칙이다. 하지만 『끝없는 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은 내게도 신비한 인장 ‘아우린’의 마력이 깃든 걸까. 조심스레 여쭈어보니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 주셨다. 이른 오전 시간이었던 데다, 단순히 사진만 찍으러 온 뜨내기가 아니라 온전히 이곳을 경험하러 온 진심이 전해진 덕분 아닐까. 마침 기분 좋은 책 거래가 성사된 직후이기도 했다.
방문 전 서점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작가의 목록을 확인했을 때, 반갑게도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름을 발견했다. 마침 처분하려던 책 중에 그의 작품이 있었다. 다만 북클럽의 추억이 깃든 『클라라와 태양』은 차마 팔 수 없어, 단편집 『녹턴』을 가져가 거래를 시도했다. 현금으로는 4달러, 스토어 크레딧으로는 6달러를 준다기에 당연하다는 듯 더 가치 있는 크레딧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마음에 쏙 드는 에코백과 엽서 두 장을 바꾸어 왔다. 앞으로 다 읽은 책은 무조건 이 마법의 공간으로 가져오리라 다짐하면서.
대단한 일탈도, 거창한 모험도 아니었지만 내 생애 첫 대면 중고 거래였다. 흥정에는 소질이 없는 편이라 그저 제시하는 금액에 감사할 뿐이었다. 한국에서는 책 한 권을 팔면 고작 500원 남짓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4달러 혹은 6달러라는 액수에 대만족하며 밝은 표정으로 “Deal!”을 외쳤다.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며 시작되던 소설의 서막처럼, 이곳은 바쁜 뉴욕 한복판에서 책을 통해 잠시 소심한 탈출을 꿈꾸게 만드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Westsider Books
2246 Broadway, New York, NY
https://westsiderbooks.com